위대한 생물
• 인간이 그렇게 위대한가?
우리는 모든 생물 중에서 사람이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아마 뇌가 커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무엇이 잘났다고 생각하든 그건 사람의 자유다. 인간이 가장 잘났다고 생각하건, 장수풍뎅이가 가장 잘났다고 생각하건 그건 개인적인 문제이고, 크게 상관은 없다. 하지만 그것을 분명한 사실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 다윈이 아닌 스펜서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된 것은 1858년이었지만, 그보다 15년 전인 1844년에 영국의 언론인 로버트 챔버스가 《창조 자연사의 흔적(원서; Vestiges of the Natural History of Creation)》를 출간했다. 이 책에 진화론이 논의되고 있다. 그 진화론은 생물뿐만 아니라 우주와 사회 등 모든 것이 진보해 나간다는 것이었다. 영국의 사회학자인 스펜서도 《종의 기원》이 출간되기 전부터 진화론을 주장했다. 스펜서도 챔버스와 마찬가지로, 생물뿐만 아니라 우주나 사회 모든 것이 진화해 간다고 생각했다. 현재 ‘진화’를 영어에서는 ‘Ebolution’이라고 하는데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도 스펜서이다.
• 도마뱀이 사람보다 뛰어나다?
사실 육지에 사는 동물들은 물을 구하기가 매우 힘들다. 그런데 우리는 꽤 많은 소변을 봄으로써 물을 버리고 있다. 안타깝다. 반면, 닭이나 도마뱀은 소변을 거의 보지 않는다. 닭이나 도마뱀이 대량의 소변을 보는 모습을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유는 닭이나 도마뱀은 요소를 요산으로 바꾸는 능력을 진화시켰기 때문이다.
• 인간이 진화의 마지막 종은 아니다
모든 조건에서 뛰어난 생물이라는 것은 이론적으로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모든 조건에서 뛰어난 생물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진화는 진보라 할 수 없다. 생물은 그때그때의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만 하는 것이다. 생물이 진화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윈 이전에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챔버스도 스펜서도 모두 진화는 진보라고 여겼다. 진보의 저변에는 인간이 최고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진화가 진보가 아님을 제대로 밝혀낸 것은 다윈이 최초였던 것이다. 진화가 진보가 아니라고 다윈이 깨달은 이유는 생물이 자연선택에 따라 진화된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 축적이 중요하다 •생물의 유전 정보
말했듯이 생물의 다양성은 감소하고 있지만, 그래도 다른 것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다양하다. 그럼 생물은 왜 이렇게 다양한 걸까?
예를 들어, 한 아이가 블록으로 집을 지었다고 치자. 다 놀면 집은 다시 개개의 블록으로 분해되어 상자에 채워진다. 보통은 이런 일이 반복되기 때문에 리셋되어, 매일 처음부터 다시 만들기 때문에 복잡한 걸 만들기 어렵다.
하지만, 다 놀고 나서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면 어떻게 될까? 다음 날에는 전날 만들어 둔 블록 집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그 집에 새로 이층집을 만들 수도 있고, 주위에 정원을 만들 수도 있다. 일부를 부수고 리뉴얼해도 좋다. 이번에도 다 끝나고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게 되면, 이런 날이 반복되어, 거기에 블록 개수까지 늘면 매우 복잡한 것을 만들 수 있다. 복잡한 걸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곧 다양한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생물과 구름의 차이는 이처럼 축적의 유무에 있다. 구름은 생길 때마다 일일이 리셋되어 처음부터 만들어진다. 하지만 생물은 부모에서 자식이 태어난다. 그리고 고유의 특성을 축적해가기 때문에 다양성이 점점 높아진다. 바로 유전에 해당한다. 유전 정보가 쌓일수록 다양한 생물이 태어나는 것이다.
인간의 세포에는 핵막으로 싸인 핵이라는 구조가 있다. 그 핵 속에는 46개의 염색체가 들어있는데 염색체는 주로 단백질과 DNA로 되어 있다. 생물의 유전 정보는 이 DNA라는 분자에 입력되어 있다. 그리고 DNA의 염기서열이 유전 정보로 사용될 때는 RNA라는 DNA와 비슷한 분자에 염기서열이 전사된다. 그리고 RNA의 염기서열을 바탕으로 아미노산을 배열하고 단백질을 합성한다.
• 농사짓는 곤충
중남미에 가위개미라는 개미가 있다. 가위개미는 이름 그대로 잎을 자르는 개미다. 잎을 잘라 농사를 짓는 매우 특이한 개미다. 가위개미는 잎을 잘라 둥지로 운반한다. 지하에 있는 보금자리가 가위개미의 농장이다. 그곳 바닥에 잎을 깔고 버섯을 재배한다. 여러 마리가 함께 잡초를 뽑기도 하고, 자신들의 똥으로 비료를 쓰기도 하는 등 잘 길러서 수확한다. 가위개미의 농장에도 병원균이 침입할 때가 있다. 그래서 가위개미들은 항생물질을 사용하기도 한다.
• 항생물질은 어떻게 세균만 죽일까?
세계 최초로 발견된 항생제는 페니실린이다. 세균은 세포 바깥쪽에 세포벽을 가지고 있다(식물세포가 지닌 세포벽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이 세포벽은 세균이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수많은 화학 반응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프로세스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프로세스를 변경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세포벽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페니실린은 이 세포벽을 만드는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를 방해한다. 그래서 많은 세균은 페니실린에 의해 죽게 되는 것이다. 반면 인간은 세균이 아니라 진핵생물이다. 진핵생물에는 (세균과 같은)세포벽은 없다. 그래서 페니실린에 의해 방해되는 것을 애초에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페니실린은 세균의 생존만을 방해하는 것이다. 물론, 페니실린이 듣지 않는 세균도 나타나고 있다.
• 화분증은 왜 생길까
면역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일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하지만 너무 열심히 일해도 곤란한데,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생기는 것이 알레르기다. 대표적인 알레르기로 화분증이라 불리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을 알레르겐이라고 하는데 화분증의 알레르겐은 꽃가루이다. 화분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의 수는 최근 백년 간 100배 정도 증가했다. 화분증이 생기는 원인으로는 과거보다 위생 상태가 좋아짐에 따라 감염증이 감소하면서 과민반응으로 오히려 알레르기가 늘었다는 설과, 우리 장내에 기생충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는 설이 있지만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