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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야기

불균형과 번영의 위기

*&^$*(&$*KDLKJF 2021. 1. 3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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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균형과 번영의 위기


베를린 장벽과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가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유명한 말처럼 “역사의 종말”과 자유 민주주의가 세계를 지배하고 모두든 사람들이 기회를 가지는 시대의 여명을 알리는 신호였다면, 내가 태어나고 자란 캐나다 온타리오 주 해밀턴 사람들은 그 말에 속아 넘어가 수도 있었을 것이다. 


1900년대 전반에 걸쳐 해밀턴은 러스트 벨트(미국 제조업의 호황을 구가했던 중심지였으나 제조업의 사양화 등으로 불황을 맞은 미국 중서부 지역과 북동부 지역을 이르는 말이다-옮긴이) 글로벌 철강제조 회사 스텔코Stelco와 도파스코Dofasco 덕분에 번영을 누릴 붐 타운 중 한 곳이었다. 산업 노동자들은 넉넉한 보수를 받았고 근교에 작은 집을 마련하고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해 부모세대 보다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마땅한 기대를 걸었다. 중산층이 대규모로 증가했고 인구는 1950년 25만 3천명에서 1990년에는 59만 천명으로 늘었다. 지역 공동체는 활기로 가득했다. 해밀턴에는 캐나다 축구 명예의 전당, 극장, 박물관, 높은 명성을 자랑하는 맥마스터 대학교와 부속 의대가 있었다.


그러나 소비에트 연방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듯이 활기찼던 해밀턴의 모습도 과거가 됐다. 세계화로 인해 철강 제조 산업이 저임금 국가로 이동하고 더 효율적인 소형 신생 제철소로 대체되면서 캐나다 철강 산업이 붕괴했다. 해밀턴의 철강 노동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보수가 형편없었다. 노동자 거주 지역은 활기를 잃어갔다. 자녀들의 미래가 어두웠다. 하지만 세계화로 황폐화된 산업 도시의 진부한 이야기는 해밀턴의 이야기와 다르고 현재 해밀턴이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와 다르다. 예컨대 디트로이트와 오하이오주의 영스타운과는 다르게 해밀턴은 황폐해 보이지 않는다. 도로는 전반적으로 깨끗했고 도심은 번창했으며 교외 직역은 도시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도시는 활기차고 부산해보였다. 철강 산업이 떠나면서 하이테크 산업이 들어온 덕이었다. 게다가 1975년에 첫 포도주 양조장을 설립한 이 지역은 현재 102곳 이 넘는 포도주 양조장을 보유하고 있다.


내가 해밀턴의 부흥과 쇠퇴, 재기(비슷한 사례는 미국 피츠버그와 영국 버밍엄이다.)를 거론한 이유는 해밀턴이 번영의 위기에 숨겨진 복잡 미묘함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위기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러스트 벨트가 겪는 일이다. 농촌의 문제다, “3등급” 도시의 문제다. 라는 익숙한 설명으로 번영의 위기를 간단히 분류해버릴 수도 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 도시들은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해밀턴의 리더들이 해밀턴을 과거에 속한 도시에서 새로운 세계에 속한 도시로 탈바꿈시킬 계획을 세운 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 계획은 안 좋은 상황을 포장하고 겉만 바꾸려다 경제적 불균형을 악화시키고 말았다. 캐나다 사회정책 연구 위원회Canada's Social Planning and Research Council에 따르면1982년과 2013년 사이 해밀턴에 불어온 기술 호황 덕분에 연간 40만 캐나다 달러의 소득을 올리는 소득 상위 1퍼센트가 받는 급여는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연간 평균 임금이 3만천2백 캐나다 달러인 소득 하위 90 퍼센트는 1982년과 비교해 단 2퍼센트 증가한 급여를 받았다. 게다가 이 추세는 기술 회사가 해밀턴에 완전히 터를 잡은 2013년 이후 더 가속화됐다. 


전혀 영향 받으리라 예상하지 않았던 도시에서 발생한 심각한 소득 격차는 경고 신호다. 번영의 위기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때에도 곳곳에 존재한다. 위기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위기의 다양한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 단순 분석이 아닌 심층 분석이 필요하다. 번영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천편일률적인 해결책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위기와 부딪혀 나가는 방법 밖에는 없다. 세계가 직면한 위기는 거대하다. 그냥 두고 보기만 하면 위기기는 우리의 사회, 경제, 정치 시스템을 확연하게 동시에 미묘하게 병들게 할 것이다(실제로 이미 병들고 있다.). 


전반적인 인구가 번영하지 못할 때 사회는 큰 문제에 놓인다. 실질 번영과 체감 번영은 국가나 사회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사람들이 부유하다고 느끼지 않을 때 그들은 구매하지도, 꿈을 꾸지도, 사업을 시작하지도, 충분한 세금을 내지도, 성장에 기여하지도 않는다. 또 사람들은 더 불안해하고, 그 결과 약물과 알코올을 남용하고, 가정 폭력을 휘두르고, 자해를 하며 일상적인 지역사회 활동에 덜 참가한다. 오히려 사람들이 번영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면 그들은 더 편협해지고 자신들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결과적으로는 사회가 분열된다.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사람들은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아니면 단지 더 잘 사는 것 같은 사람들)이 불행의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서로 다른 사회 경제 계층 사이의 틈이 벌어진다. 낙담한 사람들은 전통적인 규범을 짓밟고 사회가 번영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를 거부한다.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불균형의 속살을 파헤치고 구성 요소를 살펴보고 맞춤식 해독제를 개발하는 최선의 방법은 냉전 종식 후 세계를 지배해온 네 지역의 주요 지정학적 주체들인 중국, 유럽연합, 러시아, 미국의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는 것이다. 각 주체는 무역, 규제, 통화, 소셜 미디어, 군사력에 이러는 다양한 무기를 사용해 다른 경쟁자를 앞서기 위한 국제적 영향력을 거머쥐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식의 경쟁이 과열되는 와중에 글로벌 강대국에 의해 외면당하거나 방치된 문제는 자국에서 증가하는 번영의 위기다. 주요 지정학적 주체들의 나머지 세계를 위한 교전 규칙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에도 이들 국가와 지역에는 악화일로를 걷는 번영의 위기에 처한 세 인구 집단이 뚜렷하게 존재한다. 이들 세 인구 집단을 합치면 각 국가나 지역의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중국, 유럽연합, 러시아, 미국을 심층 분석한다고 해서 나머지 국가들을 배제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심각한 불균형에 직면했다면 나머지 다른 나라들이 어떤 일을 겪고 있을지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뒤쳐지는 청년 세대
전직 교수이자 학과장으로서 나는 많은 학생들이 전 세계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봤다. 몇 십 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은 듀크 졸업생에게는 밝은 미래만이 기다린다는 낙관주의로 가득한 즐거운 사건이었다. 졸업생들이 옳은 결정을 내린다면 그들은 거의 대부분 직업적으로 경제적으로, 비교적 발리 성공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최근 베를린, 모스크바, 뉴욕, 상하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대학 졸업생들은 상당히 비슷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젊은 세대는 몇 십 년 전 부모세대와는 아주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 그들은 경제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주요 도시의 높은 주거비용으로 인해 이전 세대를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대도시(그림 2.1)의 사례를 보자. 상하이에서 주택 한 채를 사는 비용은 일반적인 노동자의 연가 수입의 약 40배에 달한다. 쉽게 설명해본다면 대출 기관은 일반적으로 개인의 연봉보다 가격이 세 배 이상인 주택을 구입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런던이나 뉴욕, 파리에서 소득대비 평균 주택가격 비율은 중국보다 낮지만 여전히 바람직한 수준을 훨씬 웃돈다. 주택 가격을 감안했을 때 많은 젊은이들이 주택구매를 달성 불가능한 없는 목표로 생각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 


일부 높은 급여를 받는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은 대도시에서도 하우스셰어나 다른 창의적인 수단을 통해 여유로운 삶을 살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대학 졸업자들은 높은 급여를 받는 직업을 구하지 못할뿐더러(대신 저임금 서비스 일자리인 바텐더나 레스토랑 종업원으로 일한다.) 앞서 얘기한 선택지도 없다. 그들은 평균이하의 생활수준 또는 재량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할 긴 통근을 감내해야 한다.
물론 모든 지역에 높은 주택비용 부담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대다수의 젊은 직장인을 유인하는 대도시에 사람들이 집중되지 않는다. 대신에 전국 곳곳의 중소 도시에 일자리가 골고루 분포한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비용은 비슷한 인구 규모를 가진 도시마다 비교적 동일하게 형성된다. 하지만 이러한 동향도 변하고 있다. 베를린은 해마다 점점 파리나 런던과 비슷해지고 있다. 최근 베를린의 소득대비 주택비용 비율은 10퍼센트에 가깝게 급증했다. 모스크바 타임스에 따르면 모스크바 부동산 가격은 2018년에 8.9퍼센트 증가했다. 모스크바 부동산 가격은 세계 최대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및 투자 회사 CBRE's 글로벌 리빙 리포트 6위에 올랐다. 그러나 전반적인 생활 물가는 예외적으로 낮다. 


젊은이들이 불리한 조건에서 성년이 되는 두 번째 이유는 한 지역에서 대부분의 부를 누가 소유하는가에 있어서 심화되고 있는 불균형과 관련이 있다. 상위 소득 주준에 근접한 연봉을 받거나 곧 그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을 가진 대학 졸업자는 거의 없다. 그렇게 하는 졸업생들은 아웃라이어(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나서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표본-옮긴이)다. 아마 그들은 고등학교 시절이나 대학 시절 아주 중요한 발명을 했거나 탄탄한 가업을 이어갈 경우다. 문제는 상위 계층에 있는 젊은이들은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고 이는 다만 영미권 국가나 자본주의 국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중국이건, 유럽이건, 러시아건, 미국이건 소득 상위 10퍼센트가 보유한 부를 퍼센티지로 나타낸 선은 1980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다.(그림 2.2)


높은 생활비로 인한 어려움 외에도 대학 졸업자들은 늘어나는 부채로 고전한다. 졸업생들은 학교 문을 나서는 순간 높은 주거비용뿐 아니라 대출로 어깨가 무겁다. 이 분야에서 학자금 대출이 1.5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이 선두를 달린다. 중국에서는 상황이 조금 낫다. 이유는 일반적으로 부모가 자녀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희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 대학생들은 다른 종류의 부담을 가진다. 부모가 자신들에게 거는 값비싼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한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대학 졸업생은 5년 전 평균 만 6천 200 파운드였던 데 반해 현재는 평균 4만 4천 파운드의 빚을 진다. 대학 등록금이 없는 국가에서도 학생들은 대출을 받아야한다. 등록금이 없는 스웨덴에서는 졸업생의 70퍼센트가 학자금 대출을 받으며 통상적으로 총 17만 2천 코로나(미화 만8천백74 달러)에 달한다. 
학생들이 미래에 잘 대비할 수 있고 졸업 후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면 높은 교육비는 문제가 아니다. 경력의 대부분의 시간을 교육과정 개편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나는 두 가지 사실을 알고 있다. 하나,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니즈뿐 아니라 교수진의 이해와 정치적 선호도를 반영한다. 둘, 교육과정 개편은 어렵고 지난한 과정이다. 실제로 세상은 교육과정이 따라잡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의 대학 졸업자들은 인구가 앞으로 매년 더 고령화될 국가의 납세자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언뜻 보기에 경쟁이 줄고 인구 고령화로 일자리가 늘어나 기회가 더 많아지므로 좋은 기회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이 떠안게 될 재정적 부담이 얼마나 클지 생각해보라.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한 명의 납세자가 세금을 통해 부양해야할 사람들의 수(부양비dependency ratio)가 늘어날 것이다. 여기서 주로 다루게 될 네 지역에서 부양비는 2010년 즈음부터 증가하기 시작했고 21세기 내내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이런 비싼 인구 구조의 수혜자 편에 위치한 인구 그룹이 다음에 이어질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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